노출 콘크리트와 벽돌이 어우러진 기하학적인 형태, 유리와 스틸로 매끈하게 다듬은 세련된 겉모습 등 지극히 현대적인 소재와 디자인으로 완성된 건축물들이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무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10월 13일 완공된 ‘헤르만 하우스’는 파주출판도시에서 유일한 주거단지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독특한 모습이다. 징크 패널로 만든 라운드형 지붕과 큰 통창, 비스듬히 경사진 프레임…. 호기심에 다가가 둘러보니 뜻하지 않은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지하부터 2층까지,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주택 같은 집이 일렬로 이어져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이 건물들이 모여 마을이 되었다.
“기존에 알려진 타운하우스는 흔히 전원주택이라 일컫는 미국식 목조 주택이 하나의 단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였죠. 그러나 이곳은 단독주택을 옆으로 이어서 하나의 아파트처럼 만들고, 이런 형식의 건물들을 모아 단지로 조성한 타운하우스입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주택 유형이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도되고 있는 단계이지요.” 일산에 자리한 MBC 방송국 사원을 위한 동호인 주택단지 개발을 비롯, 주로 저층 주택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JBS의 정병수 이사가 개발과 시행을 담당한 헤르만 하우스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주거 형태로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집 한 채 한 채가 일렬로 이어진 것을 보면 분명 공동주택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사뭇 상황은 달라진다. 테라스와 이어지는 반지하층과 지상 1, 2층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복층형 구조, 현관 옆에 마련된 정원과 개별 주차장 등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집을 나서면 이곳이 ‘나 홀로’ 단독주택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집 옆으로 일렬로 이어져 있는 이웃, 오솔길을 지나면 나오는 커뮤니티 공간, 마을 주민 모두를 위한 공원과 경비 시설은 고급 브랜드 아파트 단지 그 이상이다.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못지않은 외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건축가에게 직접 의외해 집을 지어본 사람도 ‘이처럼 개성적인 주택이 공동주택일 수 있냐’며 놀랄 정도. 세련된 모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한 집 한 집 징크 패널로 만든 라운드형 지붕을 얹었는데, 이것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인 건축물에 쓰이는 최고급 외장재라고. 아찔한 초고층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성 들여 지은 단독주택의 개성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고루 갖춘 안정감 있고 평화로운 타운하우스가 꽤나 매력적일 듯싶다.
“외관과 단지 조성도 멋지지만 이곳은 사실 집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형식의 지하층부터 2층까지 거실과 부엌, 침실 등이 층별, 공간별로 마련되어 있어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끔 자유로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애시스’의 최시영 대표는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게끔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중 대표적인 공간은 바로 스튜디오 형식의 지하층. 구조를 지지하는 기둥을 제외하고 뻥 뚫려 있는 지하층은 층수를 헤아리는 개념상 지하일 뿐, 지상 높이와 거의 같기 때문에 밝은 햇빛과 상쾌한 공기가 통하는 시원스러운 공간이다. 최시영 씨는 헤르만 하우스의 샘플 하우스 작업을 통해 이곳을 홈바가 있는 서재, 완벽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홈 시어터어, 벽난로가 있는 파티 공간, 그리고 다다미를 설치한 요가 및 명상 공간 등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네 가지 유형으로 제안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서재. 일반 아파트보다 천장이 30cm 이상 높기 때문에 한쪽 벽면 가득 책장으로 채워놓더라도 전혀 답답하거나 좁아 보이지 않는 조건.
하지만 최시영 씨는 책장과 천장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그 사이에 간접조명을 설치하여 시각적으로 보다 넓고 아늑해 보인도록 꾸몄다. 그리고 서가와 이어지는 한쪽 벽면에는 홈바를 만들어 여느 저택의 서재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여 와인을 마시는 심플한 파티를 즐긴다면 지하층을 파티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여러 명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