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멋진 집을 전원에 짓고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2000년부터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전원주택 시장은 현재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요인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보안과 커뮤니티 부재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주거 환경은 쾌적하지만 적적함과 보안 체계의 허술함만은 극복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부동산 상품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게이트 하우스다.
게이트 하우스가 상류층의 주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보안 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교외에 위치해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게이트 하우스는 사전적 의미처럼 집안 내·외부 생활이 명확히 구분되는 주거 형태로 중세 귀족들이 살던 대저택을 연상하면 된다. 과거에는 주로 귀족들의 주택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었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제한된 공간에 상류층이 모여 사는 단지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예나 지금이나 게이트 하우스에서 빼놓아선 안 되는 것이 정문과 본관의 역할이다. 물론 집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은 정문(Gate)의 역할이다. 대표적인 게이트 하우스가 바로 미국 상류층의 아이콘인 베벌리힐스다. 흔히 베벌리힐스라고 하면 대저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연상하기 쉬우나 실상 현지 사정은 이와 다르다. 제한된 공간에 모여 살아야 한다는 점도 대저택보다는 게이트 하우스를 선호하는 이유다. 베벌리힐스 동쪽 중턱에 위치한 캣츠 우드카운티.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10여 분가량 올라가니 정문이 나온다. 정문 경비에게 부동산 매수인을 가장해 출입을 요청했다. 1~2분이 흘렀을까. 열린 출입문을 지나 시야에 들어온 단지 안쪽에는 밖에 모습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급 주택들이 펼쳐졌다. 총 17가구가 모여 있는 이 단지는 베벌리힐스의 일반적인 게이트 하우스다. 부동산 중개인의 안내로 한 집에 들어가 보니 미국 최상류층의 생활이 한눈에 들어왔다. 뒷마당에는 20m짜리 수영장이 있고 앞마당에는 퍼팅 홀이 조성돼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이 집에는 현재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버트 레널즈가 살고 있다. 이 단지는 할리우드 배우 외에도 미국 스포츠 스타, 방송인 등이 살고 있어 지역 내에선 꽤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적인 게이트 하우스는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유엔빌리지. 1960년대 대한주택공사가 외국인 임대를 목적으로 단국대 오른쪽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조성한 단지로 초창기 외국인 기술자들과 주한 외국 사절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약 500가구가 들어서 있는 유엔빌리지는 도심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커뮤니티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소가 위치한 정문을 지나야 한다. 마치 독립된 하나의 섬과 같다. 단지 내부는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라 할 만하다. 골목마다 사설 경비 초소가 있으며 건물 외벽을 두고 수십 개의 CCTV가 설치돼 있어 낯선 사람의 행동을 예의 주시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기웃거리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집도 요령껏 쳐다봐야지 한 집을 뚫어지게 보면 곧장 수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유엔빌리지에는 현재 각국 대사관과 주한 외교 사절 공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저택이 들어서 있다. 성북동이 현대가의 집성촌이라면 이곳은 삼성그룹 출신들이 대거 모여 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의 집도 이곳에 있으며 옛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자택도 유엔빌리지 내에 있다.
용인 기흥읍에 있는 노블힐스는 국내에 건립되고 있는 대표적인 게이트 하우스다. 청명산 자락에 있어 사시사철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면적이 231~661㎡로 단지 바로 앞으로 신분당선이 지나가는 등 대중교통 여건도 좋다. 이 단지는 총 28가구가 계획돼 있으며 이 중 10채는 이미 완공됐다.
이 단지는 주문형으로 지어진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분양자가 계약 시 설계, 마감재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 건축주의 개성이 담긴 집을 지을 수 있다. 시공을 담당한 보보스디엔씨 이수석 대표는 “가급적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단지 내 들어서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현재 입주된 집들도 입주민들의 의견이 거의 대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건축비는 집집마다 제각각이다.
총 28채가 들어설 수 있는 자리에 8채는 이미 입주해 사람이 살고 있으며 10채는 준공이 완료된 상태다. 곳곳에는 아직 준공이 끝나지 않은 집들의 공사가 한창이다. 이 대표가 가장 공을 들여 지은 샘플하우스는 3.3㎡당 건축비가 1800만 원 들었다.
이 밖에도 이 단지는 보안 시스템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외부에서 손님이 방문하면 정문에서 1차 확인한 뒤 각 가구로 이를 통보해 주며 방문객은 집 앞 대문과 현관문을 통과해야만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 단지 주변에 무인 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담이 각종 보안 장치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인의 침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현관문은 두께 10cm의 강철판으로 제작됐다. 혈관 인식에 따라 출입문이 열리며 단지 내를 경비원들이 24시간 순찰한다.
노블힐스는 경사면을 활용해 단지를 조성해 테라스 하우스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앞집 옥상을 자기 집 정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단지 내 모든 집들에서 조망권이 형성된다. 샘플하우스는 3가구가 살기 적당하게 설계됐다. 1층에는 마스터존, 2층에는 자녀 방과 부부 방을 마련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의 작은 베란다는 채소, 꽃 등을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3.5m의 옹벽은 인조석과 황토 벽돌로 마감했다. 청명산과 어울린 건강 주택답게 내부 마감재는 친환경 제품이 사용됐다.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흙으로 만든 벽은 내화성을 크게 높였다. 바닥은 MDF 대신 황토 대리석과 오동나무 원목으로 깔았다. 공기 정화 시스템과 정수 시스템까지 갖춰 놓는 등 입주민들의 건강까지 챙기도록 설계했다. 가스쿡톱은 밀레, 냉장고는 서브제로, 오디오는 B&W 제품이 설치됐고 창호는 펠라, 마빈 창, 가구는 이튼알렌, 욕조는 맥스 월풀사의 제품이, 위생 기구는 골러사, 주방가구는 독일 지매틱과 이탈리아 스나이제로의 제품으로 채워졌다. 이 밖에 에어컨은 미국 트레인, 보일러는 임코사의 명품 보일러가 설치됐다. 물론 분양가에 포함돼 있으며 입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집값에서 제외된다. 단지 내 입주민 전용 골프장과 어린이 종합 놀이터가 조성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노블힐스에는 축구 스타 이운재와 박지성 등 유명인들이 살고 있다.
판교신도시 세종연구소 옆에 들어선 컬리넌은 입지 여건이 뛰어난 게이트 하우스로 대지 면적이 661~826㎡에 이른다. 내부에 홈시어터 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지하에 입주민 전용 사우나와 20m짜리 수영장이 조성돼 있다. 19834㎡ 부지에 총 22가구가 들어서며 3~4가구를 제외하고는 분양이 완료됐다. 컬리넌의 한 샘플하우스를 살펴보면 정원 한쪽에는 인공 폭포가 조성되며 정원에서 외부로 빠져나오는 별도의 출입문이 만들어져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주택으로 집안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될 계획이다. 컬리넌 역시 입주민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건축 자재만을 사용하며 각 가구마다 사우나 등의 스파 시설과 골프 퍼팅장 등이 설치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수입된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고 창호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 마빈사의 제품이 사용된다. 마빈창은 유리 사이에 아르곤 가스를 충전한 뒤 로이 방식으로 코팅 처리해 단열과 방음에 효과적인 제품으로 미국 백악관 등 세계 유수의 건물에 설치돼 있다. 이 집에는 탤런트 유동근 전인화 부부와 연정훈 한가인 부부, 영화배우 송강호 씨 외에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정희련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사장 등이 살고 있다. 컬리넌은 3.3㎡당 1000만 원이 넘는 판교신도시 부근에 있으며 친환경 건축 자재가 사용돼 건축비가 3.3㎡당 350만~400만 원선에 시공됐다. 땅값을 포함한 분양가는 50억~100억 원에 이른다.
장학건설이 짓는 성북동 어승재의 집 규모는 505~588㎡이며 3.3㎡당 분양가는 1500만 원선이다. 단독주택 6가구, 빌라 18가구로 구성된 어승재는 성북동 고급 주택 단지에 들어선다는 점 때문에 추후 시세 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부부 욕실에 거울 TV 겸용 최신 제품이 설치되고 주차 공간도 가구당 4대나 된다. 마감과 인테리어는 코스닥 상장 업체인 국보디자인이 맡는다. 국보디자인은 청와대와 타워팰리스 등 국내 유명 건축물의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한 업체다. 이 밖에 한일건설은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서 게이트 하우스 루아르밸리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프랑스 국가 자문 건축가인 로랑 살로몽이 설계를 맡은 곳으로 유명하다. 부채꼴 모양의 터에 지상 2~3층짜리 단독주택 52가구가 들어서며 가구당 면적은 330~363㎡, 3.3㎡당 분양가는 1800만 원이다.